원장님도 오늘 하루를 마감하면서 병원의 데스크 직원에게 물었던 질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숫자는 병원의 생존은 물론이고 원장님 삶의 지수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수치니까요.
그런데 원장님, 한번 다녀갔던 환자들은 얼마나 나를 다시 찾아오는지도 체크하고 계십니까? 친절하게 진료도 성실히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손님들의 재방문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는 않은지요?
이번 칼럼은 환자와의 오랜관계와 높은 병원 만족도를 만들어내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원장님의 마인드셋에 대하여 소개 드리겠습니다. 단순히 친절해야 한다는 식의 뻔한 내용이 아니니 끝까지 집중해서 읽고 바로 삶에 적용 시키시기 바랍니다.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가 저술한 책 <파는것이 인간이다>에 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옵니다.
오늘날 교육자와 헬스케어 전문가들은 정보 비대칭이 제공해주던 유사한 경외심에 더 이상 의존할 수가 없다. 균형이 반대쪽 방향으로 기울었을 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있는 방법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 및 의료 분야는 이것에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병원 컨설팅 - 판매자위험시대 (캐비엣 벤디토르)
다니엘 핑크는 세상이 점점 구매자 위험시대에서 판매자 위험시대(캐비엣 벤디토르)로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정보 격차가 엄청났습니다. 판매자들이 가진 중요한 정보들을 구매자들은 알 수가 없었죠. 그런 정보 격차가 있었기에 판매자들은 다양한 마진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구매자 위험시대)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암 환자가 되면, 왠만한 의사보다도 암에 대해서는 더 박사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만큼 구매자들은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네이버나 유튜브로 몇 시간만 공부하면 누구라도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쉽게 습득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거죠.
이렇게 정보 비대칭이 줄어들수록 위험해지는 것은 판매자 측입니다. 이는 원장님에게도 무서운 말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원장님도 의료서비스 ‘판매자’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의료 분야는 그간 정보 격차로 가장 큰 수혜를 받아오던 업종입니다.
예를 들어 옆 동네 병원의 ABC주사가 5만원이고, 우리 병원의 ABC주사는 8만원인 상황이라고 해봅시다. 인터넷도 없고 정보격차가 심하던 과거사회에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었습니다. 이런 가격 차이를 아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었을테니까요. 그런데 지금 세상에서는요?
ABC주사를 인지하는 순간 조금만 시간을 내면 인터넷을 통해 대부분의 중요한 내용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 우리 병원 ABC주사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좀 비싸다는 걸 느끼고 맘카페 같은 곳에 악성 글이라도 하나 남긴다면요?
그 작은 글 하나가 도화선이 되어 어떤 나비효과를 초래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야말로 이제는 극도의 판매자 위험시대 (캐비엣 벤디토르, caveat venditor) 인 것입니다.
병원 컨설팅 - 닥터 2.0
그렇다면 이런 판매자 위험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수많은 대책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환자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입니다. 원장님이 어린 시절 기억하는 의사선생님이 닥터1.0 이었다면, 이제 원장님은 닥터2.0 이 되셔야만 합니다
닥터1.0은 ‘의사'(닥터), 즉 병을 치료해주는 의료전문가를 말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들에게 왜 그런 병이 생겼고, 어떻게 하면 그 병이 낫는지를 알려주고 치료해주던 그 전통적인 의사선생님 말입니다. 예전엔 그 역할만 잘하면 충분했습니다. 병원은 부족했고, 아픈 사람은 많았으니 그저 의사선생님이 귀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 다른 세상이 되었습니다. 환자들은 스마트해지고, 의료장비는 날로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이젠 병원가서 의사선생님을 만나지 않아도 유튜브에서 간접적으로 다른 원장님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병원을 선택할 때는 수많은 곳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병원을 선택해서 갈 수 있는 세상입니다.
이럴 때 원장님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원장님 스스로를 새롭게 규정하는 것입니다. 질병을 치료해주던 ‘닥터’ 에서 질병 치료를 돕는 ‘헬퍼’로 말입니다. 이게 닥터 2.0입니다. 닥터1.0은 환자의 무지함을 전제로 하기에 듣기보다는 설명하기에 바쁩니다.
닥터2.0은 환자도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다 알 수 있는 세상이기에 지금 어느정도의 상태인지를 알기 위해 우선은 듣습니다. 환자의 정보수준과 현재의 상태를 파악한 뒤 가장 적절한 ‘도움’을 주기 위해서 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를 ‘치료’하는 닥터1.0과는 많이 다르지요?
원장님의 이 조그마한 관점 변화가 앞에 앉은 환자들에게는 꽤 큰 존중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병원에는 여전히 닥터1.0의 원장님들만 계시니까요.
마케팅, 세일즈이론에서 가장 빈번하게 듣는 말은 ‘사람은 이성으로 구매하는 게 아니라, 감정으로 구매한다’는 말입니다.
병원컨설팅 내용에서 항상 강조하는 이 말은, 팔고 싶다면 제품 설명을 멈추고 소비자의 마음을 얻으라는 말이죠. 호감은 어디서 시작됩니까? 자기애가 강한 인간이니 자기를 존중해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법입니다. 닥터2.0의 관점은 환자의 호감을 얻는 첫번째 원칙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다니엘 핑크가 본인의 책을 통해 예시로 설명한 미국의 두 중고차 판매 회사의 이야기를 설명하며 병원 컨설팅 칼럼을 끝 맺음 하려고 합니다.
그는 미국의 중고차 시장에서 양대산맥으로 불리우는 두 회사의 상담장면을 묘사합니다.
한 회사는 상담원만 모니터를 보고 고객은 상담원의 얼굴을 보며 상담하는 고전적인 풍경입니다. 그간 쌓아온 브랜드명성으로 명맥을 유지하긴 하지만 사무실은 한산하며, 판매량도 많지 않습니다.
반면 다른 신생회사는 상담원과 고객이 동일한 모니터를 보면서 상담을 합니다. 회사의 곳곳에 컴퓨터가 비치되어 있어서 대기 중에도 얼마든지 온라인으로 여러 중고차들을 검색해볼 수 있습니다. 상담실은 예상대로 바글바글합니다.
두 회사의 차이가 이제 느껴지시나요? “소비자도 알만큼 다 알고 있다” 는 소비자에 대한 관점 차이죠. 고전적인 풍경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첫번째 회사는 이대로라면 곧 문을 닫게 될지도 모릅니다. 소비자의 진화를 무시한 채 여전히 과거에나 존재하던 정보비대칭의 편익만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니엘 핑크는 아예 병원을 콕 찝어서 말합니다. 이젠 세상이 바뀌고 있으니 더이상 과거의 정보비대칭이 주던 유사한 경외심에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말입니다.
닥터가 아닌 헬퍼로서의 태도는 환자에게 정말 나를 위해주는 의사선생님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이 생각은 신뢰가 되고, 신뢰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환자와의 관계도 오래갑니다. 재방문과 소개는 그런 탄탄한 관계에서 비롯되며, 이는 병원의 성장의 견고한 토대가 됩니다.
만약,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여전히 닥터1.0 에서 머물고 계시다면, 이제는 환자들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인정하고, 닥터2.0의 관점으로 바꿔보시기 바랍니다.